가창 Y자 출렁다리 솔직 후기 Ft, 부정적인 생각

가창 Y자 출렁다리 가보셨나요? 솔직히 시골에 있다는 생각때문에 일부러 찾아가기 어려운 건 사실인데 제가 실제로 가보니 나쁘지 않은 듯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특히 저처럼 리프레쉬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가창 Y자 출렁다리 가는 길

오늘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이 벌렁거려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예전 지인이 소개준적이 있는 가창 Y자 출렁다리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할 듯해서 바람을 좀 쐬고 나면 나아질까 해서 였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딱 적당한 듯해서 바로 출발했다.

가는길에 하늘은 높고 구름도 없어 여행을 떠나기 좋은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날씨가 슬퍼보이기만 했다. 그런 멜랑꼴리한 기분을 느끼며 가창에 도착했다. 가창 Y자 출렁다리 테마파크는 가창군에서 작정하고 만들어놓은 테마파크인데, 이름은 항산화 힐링파크인가 뭔가이다. 안에 카페, 숙소, 그리고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 했으나, 관심없어서 그냥 산을 올랐다.

가창 Y자 출렁다리 & 그 위에서 본 구름 없는 하늘의 모습
가창 Y자 출렁다리

주차장에서 약 20분정도 살살 올라가면 Y자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어서 체력이 약한 사람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나는 당장의 부정적인 생각과 답답함을 떨쳐버리기위해 달려서 올라갔다. 대략 6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되는데 생각보다 금방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 하다.

중간중간 안내원겸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기도 하고 길이 하나 뿐이라 그냥 막올라가기 좋다. 가만히 올라가다보면 u자형으로 된 분지에 마련되 Y자 출렁다리가 보이고, 뚤린 통로 쪽으로 가창 시내와 멀리서 보이는 또다른 이름모를 산이 퍽 경치가 좋았지만 기분은 금세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을 보면서 약간의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꽤 즐겁게 오를 수 있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올라간 Y자 다리앞에 서서 보니 바닦이 뚫려져 있어서 계곡이 훤하니 다 들여다 보이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출렁다리 답지 않게 생각보다 견고한 듯 했으나 직접 올라보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약 150명 가량이 한번에 올라갈 수도 있다고 되어 있으나 그정도 되면 나는 죽어도 건너지 않겠지.

그렇게 Y자 다리 앞에서 고소공포증때문에 한참을 서 있으니 알지 못하는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뒤따라 올라왔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척척 잘 건너시길레 몰래 꼽사리껴서 건너보기로 하고 발을 내 디뎟다. 그리고 중간쯤 갔을 때, 극심한 공포가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바닦은 당연히 못보고 그저 멀리 보이는 산만을 응시하며 걸어 가는데 정말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 당장이라도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리위에서 발견한 비합리적인 나

여기서 나는 내가 힘든 상황이고 미래가 암울하지만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렁다리 위에서 정말 죽고 싶었다면 그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감이 반가워야 함에도 나는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어 가장 무섭다는 Y자형의 딱 정중앙에 도착하자 또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다리는 절대 위험하지 않다. 게다가 5명도 안되는 인원이 올라가 있는 다리는 사실 미동도 잘 없었기에 눈을 감고 걸어갔다면 그게 출렁다리인지도 모르고 지났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높이도 몇 백미터 상공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몇 십미터 정도였으니 사실상 사고가 나도 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머리속에 온통 무섭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솔직히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고 싶을 만큼 무서웠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창 Y자 출렁다리에서 하산하는 길에 볼 수 있는 숙소와 비만 측정기인 헬스게이트
가창 Y자 출렁다리에서 하산하는 길에 만난 숙소와 비만 측정기

나는 왜 이 안정적인 다리를 무서워 하는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워 하는 것 같은데, 이건 합리적이지 않았다. 너무나 안정적으로 만들어졌고 심지어 준공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모든 시설물이 새것처럼 보여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죽을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 머리는 예민하게 받아들였고 온갖 부정적인 조건들만을 회로에 넣고 돌려서 이 다리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린것 같았다. 그래서 무서워도 끝까지 직접 건너보고 싶었다.

여전히 무서운건 같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느끼고 있는 내 삶이 이제 끝났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 앞으로 내 미래에 고통만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그것을 개선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공포로 죽고만 싶었던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솔직히 달라진건 없다. 아침과 같이 여전히 미래는 암울해 보이고, 당장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가창 Y자 출렁다리 위에서 처럼 전혀 위험하지 않음에도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고 느끼게 만든 내 머리는 지금 전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으며, 부정적인 정보만을 찾아다니는 것 같이 느껴지기에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미래가 불안하다는건 머리가 고장났다는 신호 일수도?

지금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설혹 온다고 해도 내 생각과는 다를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고 말이다.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다. 무조건 100% 안전하고 무조건 100% 위험한 곳은 없다. 오히려 안전한 부분을 찾으려고 하면 안전한 것이 더 많이 보이고, 위험하다고 머리속에 결론을 내려 놓으면 그것만 보여서 이런 현상이 생긴듯하다.

나는 안전하다. 지금도 안전하고 미래에도 안전할 것이다. 지금 내가 수익이 조금 떨어져 있고, 할 줄 아는게 없다고 해서 굶어죽거나 빌어먹고 산다는건 너무나 큰 비약인 것 같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아는게 없고, 할줄 모르는게 더 많았던 시절에도 잘만 살아남았고, 능력을 키웠는데,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나이가 조금더 많다고 해서 더 못하다는건 이성적이지 못하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쓸모를 증명하는 삶도 있는가 하면, 스스로가 서비스를 창조해서 고용주의 삶을 사는 주체적인 삶도 있다.

어쩌면 내가 모를 뿐 나에게 꼭 맞는 직업이 있을 지도 모르고, 고용인에서 벗어나 고용주의 삶으로 탈태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순간 살아내고 있고, 미래를 위해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면, 미래른 지금도 변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가 없어도 되고, 거창한 준비가 아니라도 괜찮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면 세상에 우리에게 준비해 좋은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가창 Y자 출렁다리 위를 다녀오면서 내가 확실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여전히 삶은 죽을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이고 답답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나의 삶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나름 가치있는 여행길이 된 듯 하다.

이는 사실 나를 위한 글이라 한번더 강조해 보겠다.

나는 살고 싶고,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비합리적이다. 나는 아프지만 안전하다. 고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