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잘 쓰면 좋은데 무조건 나쁘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다시 공매도가 시행된다고 하는데, 어떨때 좋은 걸까요? 우선 공매도의 기본 개념부터 알려드리고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로, 시장 건전성을 지키는 순기능과 시장 교란을 일으키는 역기능이 공존합니다. 중앙점검시스템의 도입이 역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가 한국 주식시장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오해받는 투자 전략, 공매도! 실체 & 역사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탄생한 순간부터 함께해온 투자 전략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오해받고 있는 투자 방식입니다.
1602년 네덜란드에 세계 최초의 근대적 주식시장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을 때, 이사크 르 메르(Issac le Maire)라는 투자자가 세계 최초의 상장사인 동인도회사 주식으로 역사상 첫 번째 공매도를 기록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창립멤버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인도회사의 무역실적이 부진하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자 공매도를 실행했죠. 특히 그는 “동인도회사의 선박이 침몰했다”라는 허위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폭락시켰고, 이로 인해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1610년 네덜란드 당국은 공매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고, 동인도회사는 정보공개와 주주 권한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메르는 “공매도의 아버지”, “세계 최초의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 파는 투자 방식입니다. 간단히 말해, 10만원짜리 주식 10주를 빌려서 팔면 1000만원을 받게 되고, 나중에 주가가 1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10주를 100만원에 사서 돌려주면 900만원(수수료 제외)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차입과 매도가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차입공매도’라고 부르며,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공매도 방식입니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에서 허용되고 있는 합법적인 투자 방식입니다.
그러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불공정하고 시장을 교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공매도가 가진 복잡한 특성과 역사적으로 공매도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매도는 투자 방식으로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주가가 과하게 올랐다고 판단되지만 주식을 팔고 싶지 않은 경우에 공매도를 활용하면 주식을 팔지 않고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가 있어 다양한 투자기법이 발전하게 되었고, 주식시장의 역동성과 효율성에 기여해왔습니다. 하지만 공매도의 역사는 광명과 그림자가 공존해왔으며, 이는 현대 주식시장에서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 정화수? 공매도의 놀라운 순기능 사례들
공매도는 종종 시장의 정화수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습니다. 공매도를 통해 시장의 거품이 제거되고,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이나 분식회계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루이싱 커피 사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17년 10월 베이징에 1호점을 열었던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며 온라인 주문과 배달 위주의 전략을 펼쳤습니다. 모든 결제를 전용 앱으로 받아 비용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함께 싼 가격과 무료 쿠폰의 대량 배포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개업 후 2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점포를 2천 개까지 늘리며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하는 빠른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머디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라는 공매도 전문 회사의 눈에 띄게 됩니다.
머디워터스는 980개 주요 매장을 대상으로 천 명이 넘는 조사원을 투입해 실제 매출을 조사했고, CCTV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커피 수량을 체크하며, 매니저들의 단체 채팅방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주문번호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주문번호가 일련번호대로 생성되지 않고 건너뛰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죠. 그들은 2만 5843명의 고객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해 루이싱 커피가 매출을 두 배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매출을 높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했고, 손익도 조작했습니다. 허위매출 3,800억원을 매장별로 분배하고, 허위 수입은 본사 차원에서 광고비 지출로 사용한 것으로 회계를 조작했습니다.
머디워터스는 수집한 증거들을 공개했고, 결국 루이싱 커피는 2020년 6월 26일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공매도가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과 분식회계를 밝혀내는 순기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매도 회사들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베어스턴스나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을 가장 먼저 알렸고, 엔론의 분식회계도 이들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는 시장을 정화시키고 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정 주식이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되지만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고 싶지 않은 경우, 공매도를 통해 주식을 팔지 않고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재적 위험요소? 공매도의 역기능과 한국시장의 과제
공매도의 역기능도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은 주가를 하락시켜야 이익을 얻기 때문에, 때로는 비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루이싱 커피를 공격한 머디워터스는 철저한 조사와 팩트 수집을 통해 문제를 발견한 후 공매도를 시행했지만, 모든 공매도 세력이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주주들을 놀라게 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2년 한국의 제약회사 셀트리온이 중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는데, 나중에 10만주 이상 공매도를 한 세력이 이 가짜뉴스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이처럼 공매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으며, 특히 루머에 취약한 한국 시장에서는 역기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공매도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무차입 공매도’입니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입니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는 과정이 생략되고 나머지 과정은 비슷합니다. 이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차이와 유사합니다.
체크카드는 통장에 돈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는 통장에 돈이 없어도 나중에 결제하겠다는 약속으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무차입공매도가 합법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배경에는 우풍금고 사건이 있습니다. 우풍금고는 성도이엔지 주식 총수 97만주 중 34만주를 무차입 공매도했는데, 이는 대주주 보유분을 제외한 유통주식의 절반 규모였습니다.
결제일까지 우풍금고는 필요한 34만주 중 19만주만 매입했고, 결국 12만주를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개인투자자들은 “성도이엔지 주식 상한가 매수 운동”을 펼쳐 우풍금고가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결국 성도이엔지 주가는 1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우풍금고는 결제 미이행으로 파산하게 되었고, 이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는 어렵습니다.
공매도 과정은 아직 전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계약이 전화,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이루어지고 거래정보를 엑셀로 정리한 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도 공매도 거래내역 보관이나 금융당국 보고가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를 해도 숨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불투명한 환경이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2025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이 구축되어 무차입 공매도 발생 가능성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NSDS는 공매도 거래법인의 잔고와 거래내용을 전송받아 자체적으로 산출한 잔고와 비교할 수 있고, 무차입 공매도 이후 다음날이 아닌 주문 당일에 주식을 빌려도 거래내역 분석이 가능해 적발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매도 거래법인과 증권사가 공모해 매매거래를 조작하는 것도 NSDS의 거래원장에 별도로 기록되어 적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공매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새로운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이 역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줄일 수 있을지, 그리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에 대한 정상적인 공매도만이 이루어지는 건전한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