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아침이 어떤지 알고 계신가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특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데요. 잠이 많아서 그런게 아니라 온갖 생각과 감정에 가장 취약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실제 우울증 환자의 아침을 여과없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아침을 두려워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언제가 가장 힘들고 긴장되는 순간 그리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침입니다.
정신이 들면 부정적인 생각과, 마이너스 감정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머리와 마음을 쓰나미처럼 밀어버리는 느낌입니다. 내 머리를 수천명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저마다의 합리적인 이론으로 무장한 부정적인 생각과 앞으로 벌어질 나쁜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늘어 놓습니다. 마치 수천개의 스피커가 달려있는 독방에서 끊임없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마음으로 스며들어 감정을 자극하는 마이너스적인 기운은 사람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리는데요. 만약 죽음이 이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면 당장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단계에서 곧 잘 죽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아침은 가히 지옥과도 같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뒤따릅니다. 그러면 당사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겨내기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신앙에 의지하는 자는 종교의 기도문이나 독경을 외기도 하고, 혹자들은 스스로에게 드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대해 일일이 그건 이래서 아니고, 저건 저래서 아니야 라고 일일이 반박해가며 지금의 감정과 생각이 가짜라고 스스로 이해해서 벗어나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그래도 곧 죽을 것 같은 죽는게 편할 것 같은 양가적인 느낌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직장인들은 이걸 이겨내고 출근준비를 하고 이런 느낌을 받으며 동료들에게 웃음을 건내는 것입니다.
혹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의지가 약하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본 바에 따르면 보통사람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매일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와 싸워 이겨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일에 충실할 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어찌 나약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우울증은 일종의 병입니다. 이제는 다들 의식 수준이 조금 높아져서 우울증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런 꼰대들이 남아있기에 확실히 말하려합니다. 모든 의사들이 말하길 우울증은 몸의 이상에서 오는 명백한 병이라고 합니다. 호르몬의 작용에 이상이 생겨 나오는 질병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수술하듯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할 수는 없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병이지요.
아침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방법
아침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눈을 떠서 드는 생각들에 대항하려고 하면 오히려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내는 목소리는 하나고 내면의 목소리는 수천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내면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현재에 집중할 때입니다. 이 현재에 집중하는 것 중 가장 쉬웠던 것이 바로 일어나자마자 3초안에 옷을 집어 입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정신이 제대로 들기도 전에 밖에 나가면 나간김에 걷게 되고 좀 걷다보면 시원한 공기가 머리를 깨우게 됩니다. 그러면 머리에서 울리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취약한 상태에서는 벗어나게 되지요.
아침에 일기나 글을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나는 어떻게 했고 지금은 어떻다. 이런 기록을 계속 남기다 보면 아침을 통제할 수 없어서 두렵다는 생각에서 아침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아침이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굴을 파면서 죽어야만 편해질 것 같은데 죽는건 무섭고, 어떻하지…하면서 지옥에서 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새로토닌인가 하는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거라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약도 먹고 하면서 몇개월 걸릴거라더군요.
사실 저는 오늘 아침 3초안에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굴을 열심히 파다가 다행히 부정적인 생각을 논리로 깨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이 저는 아침 일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적는 다는 행위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계속하면 이상한 점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오늘은 그래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나에게는 회색빛의 암울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허락된 오늘이 있어 감사해 보며 하루를 살아보려합니다.
우울증을 겪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
우리 같은 우울증을 겪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미래를 설계하거나 이렇게 될것이나 라고 믿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합니다. 지금 숨을 쉬고 옷의 감촉을 느끼고 바닦의 감촉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만이 진짜이고 진실입니다. 나머진 우리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있지도 않은 가짜이자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생각이 다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이야기 하며 자꾸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그 생각들을 모두 적어보면 다 반박할만한 부분들이 있고 어떻게 보느냐 어떻게 믿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게 변할 수 있는 넌센스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백수든, 빚이 산더미 같든, 이별을 했든, 미래불안을 느끼든 어떤 상태이든간에 지금 숨쉬고 계시다면 괜찮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할일이 있으니까요.
오늘도 그대로고 내일도 그대로일수도 있지만 언젠가 운명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또다른 길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 봅시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