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애플 주식을 파는 이유 ft. 세금은 핑계?

워런 버핏 애플 주식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지금도 계속 애플 주식을 팔고 있는데, 한때 코카콜라 다음으로 극찬했던 주식을 왜 팔고 있는 걸까? 절세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른데, 그럼 진짜 숨겨놓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애플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것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닌, 미중 갈등과 트럼프의 관세 정책, 그리고 애플의 중국 의존도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폰을 들고 고민하고 있는 워런 버핏 애플
워럿 버핏 애플 버리나?

버핏의 애플 사랑과 이별: 왜 갑자기 “이혼”을 선택했나

워런 버핏과 애플의 관계는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해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버핏은 애플을 단순한 IT 기업이 아닌 ‘필수 소비재 기업’으로 재정의하며 애플 주식 5%를 매수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의아해했지만, 버핏은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와 브랜드 파워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이 매년 새 아이폰을 사는 것은 새 코카콜라를 매일 마시는 것과 같다”며 애플을 ’21세기의 코카콜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버핏은 계속해서 애플 주식을 매수했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의 비중을 거의 50%까지 끌어올렸다. 애플은 버핏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2024년,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주식 3억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751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다. 그러나 이는 2024년 중에 애플 주식 4억 9000만 주를 매각한 결과이기도 하다. 버핏이 애플 지분율을 최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버핏이 애플 주식을 판 자금으로 다른 주식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자금을 단기국채로 돌리면서 버크셔는 현재 2,769억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매력적인 종목이 발견되어서 애플 주식을 판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버핏은 공식적으로 세금 문제 때문에 애플 주식을 매도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설명은 많은 시장 분석가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워런 버핏 애플 주식을 대량 매각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 애플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애플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워런 버핏은 항상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지금 그가 애플을 대규모로 매각하는 것은 애플의 비즈니스 환경이 이전과는 다른,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중국이라는 애플의 ‘아킬레스건’

애플과 중국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넘어선다.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이어진 이 특별한 관계는 애플의 성장과 혁신을 가능하게 했지만, 지금은 애플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주요 인물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을 때, 잡스는 단호하게 “애플의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애플은 미국에서 4만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애플의 협력사들은 중국에서 무려 70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잡스가 중국 생산을 고집한 이유는 단순히 값싼 노동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중국 노동자들의 유연성, 근면성, 숙련도가 미국 노동자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2007년 아이폰 출시 6주 전에 있었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잡스는 주머니에 아이폰과 열쇠를 함께 넣고 다니다가 아이폰 액정에 흠집이 생기자, 플라스틱 액정을 강화유리로 교체하라고 갑자기 지시했다.

미국의 코닝은 6주라는 짧은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며 거절했지만, 중국의 폭스콘은 이를 수용했다.

더 놀라운 것은 폭스콘의 실행력이었다.

강화유리 부품이 밤 12시경에 폭스콘 조립공장에 도착하자, 폭스콘은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8,000명의 노동자들을 깨웠다. 노동자들에게 차와 과자를 지급한 뒤, 30분 뒤에 바로 생산 작업에 들어가게 했다.

이들은 기숙사에 자면서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하며 강화유리로 교체된 아이폰을 매일 1만 대씩 생산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폭스콘의 능력은 미국 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관세가 높아지면 애플 매출 타격은 불가피

이러한 이유로 애플은 중국을 선택했고, 현재 애플 제품의 90%가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애플은 중국 독점의 위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생산라인을 만들고 중국 비중을 낮추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애플의 395개 공급업체 중 40%가 중국에 있고,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리튬은 100%가 중국산이다. 애플에 무엇인가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이 13개사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160개사나 된다.

또한 애플의 매출액 중 아이폰이 52%로 절반을 넘고 있는데, 아이폰을 최종 조립하는 4개 회사(Foxconn, Pegatron, Luxshare Precision, Wistron)는 모두 중국 장동, 장쑤, 상하이 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아이폰 조립의 77%가 중국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현재 양방향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애플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2024-2025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13.7%의 점유율로 6위까지 떨어졌다.

오포(16.9%), 아너(16.7%), 화웨이(16.6%), 비보(16.1%), 샤오미(15%)가 모두 애플을 앞서고 있다. 중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들은 아이폰 사용이 제한되기 시작했고, 가성비 좋은 중국 브랜드에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던 아이폰은 이제 더 이상 압도적 1위 스마트폰이 아니다.


트럼프와 애플의 불편한 관계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애플에게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강력한 대중국 관세 정책은 중국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애플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대부분을 생산하는 애플 제품들이 바로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된다. 이는 애플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과거 중국의 시각에서 애플은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마트폰 1위 기업이자, 수십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는 중요한 파트너였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규제를 강화하면, 중국도 보복 조치로 미국 기업인 애플을 시범 케이스로 규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중국 규제당국은 애플의 앱 스토어 정책과 인앱결제 등에 대해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애플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폰 생산원가의 33%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의 공급업체 48개가 미국으로 이전한 것도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국 복귀로는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입장에서 애플은 정치적으로도 적대적인 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를 지지한 애플, 과연 트럼프가 곱게 볼까?

2024년 대선에서 테슬라는 기부금의 100%를 트럼프에게 사용한 반면, 애플은 96%를 해리스에게 사용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애플이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애플을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트럼프는 특히 “미국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는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선 이후 쿡은 트럼프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과 애플의 중국 의존도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워런 버핏 애플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것은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를 예민하게 감지한 결과로 보인다.

그는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애플의 불안정한 위치가 향후 몇 년간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충성 고객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워런 버핏의 애플 주식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버핏이 “세금 때문”이라고 말한 애플 주식 매각의 이면에는 미중 갈등의 심화, 트럼프의 관세 정책, 그리고 애플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워런 버핏 애플 사랑은 유별나긴했어서 시장이 과민반응하는 것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버핏이 애플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을 전반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생각해볼 문제인 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