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5, 주인공은 중국? ft 딥시크, 로봇혁명

MWC25,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미국 CES, 독일 IFA와 함께 글로벌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데, 이번에 어떤 내용이 중심이 되었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의 딥시크와 로봇혁명이 각광을 받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MWC25, 중국 기술 ‘추격자’에서 ‘리더’로

MWC25 중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로봇
MWC25 중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로봇

“강남역 휴대폰 매장 같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드러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

지난 3월 3일부터 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5(Mobile World Congress 2025)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현장에서 한 정부 관계자가 “중국 샤오미나 아너, 화웨이 스마트폰 전시관에 갔다가 삼성전자 전시관을 보니 그저 서울 강남역 휴대폰 매장에 온 것 같았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중국과 한국 기업 간 기술 혁신의 차이는 눈에 띄게 드러났다.

세계이동통신연합회(GSMA)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전 세계 약 2,700개 기업 중 11%에 해당하는 300개 중국 기업이 참가했으며, 단순한 수적 우위를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전시장을 압도했다.

중국의 혁신, 미국 제재를 기회로 전환한 생존 전략

흥미로운 점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 제재를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화웨이는 MWC25에서 세계 최초의 ‘5세대 어드밴스트'(5G-A)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콰푸'(쿠아보)를 공개했고, 1만 5,000km 떨어진 중국의 자동차를 원격으로 운전하는 시연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과거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는 1,499유로(약 236만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샤오미15 울트라’와 함께 시속 350km에 이르는 슈퍼카급 전기차 ‘SU7 울트라’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이 단순한 ‘카피캣’이나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중국발 혁신에 대한 한국의 자각과 위기의식

한국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도 MWC25 현장을 통해 중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MX사업부 조성대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폰이건, 어디 폰이건 신제품이 나오면 다 벤치마킹한다.

혹시나 배울 게 있다면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소재 부품들을 많이 봤는데 성능과 가격이 좋았고 기존 주파수 한계를 넘는 기술들도 놀라웠다”며 “중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중국의 추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실은 이미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고, 글로벌 시장과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딥시크: 전시회에 없어도 빛난 중국의 AI 파워

전시장에 없어도 빛난 중국의 AI 강자, 딥시크

MWC25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돋보인 가운데, 전시장에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중국의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Deepseek)’다.

딥시크는 MWC25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고, 심지어 패널 토론이나 발표 세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딥시크 내장’ 하드웨어를 선보이면서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기업들은 MWC25 현장에서 딥시크 LLM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기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으며, 약 3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이미 딥시크가 탑재된 기기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AI 서비스를 넘어 인프라로 진화하는 딥시크의 전략

딥시크 LLM의 놀라운 점은 단순한 AI 서비스가 아니라 AI 서버, 온프레미스 인프라, AI 칩과 결합하여 하나의 종합적인 AI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딥시크가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AI를 인프라에 내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공기관, 금융, 의료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에서 딥시크가 제공하는 저비용, 오픈소스 AI 모델을 빠르게 채택하면서 AI 산업의 판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 확대로 인해 이제 딥시크는 ‘국영기업급’ 회사로 부상하여 임직원의 해외 출장까지 중국 정부가 관리할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기술 생태계 속 딥시크의 확장 가능성과 미래

딥시크의 성장은 그 자체로도 놀랍지만, 중국 기술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MWC25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화웨이, 샤오미, ZTE 등 중국의 선도적 하드웨어 기업들이 딥시크의 AI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중국 기술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생태계 확장 속도를 가속화하여, 향후 중국 AI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기술 추격국가가 아닌,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레드 로보틱스’ 오나? 중국의 로봇 혁명이 가져올 글로벌 제조업 지형 변화

MWC25 중 중국 기업 로봇
MWC25 중 중국 기업 로봇

수치로 증명된 중국의 로봇 산업 지배력

중국의 로봇 산업은 그야말로 ‘로봇 혁명’이라 불릴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와 국제로봇연맹(IFR)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만 해도 직원 1만 명당 로봇 수에서 세계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으나, 2024년에는 직원 1만 명당 470대의 로봇을 보유하게 되어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의 연간 로봇 설치 규모가 일본, 미국, 한국, 독일 등 4개국의 합을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단순한 로봇 사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로봇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글로벌 로봇 빅4에 도전하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

로봇 산업에서 전통적인 글로벌 빅4 기업인 화낙(일본), ABB(스위스/스웨덴), 야스카와(일본), 쿠카(독일 태생, 현재 중국 미디어 그룹 소유)는 수십 년의 업력과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틈새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로봇 기업들은 이스툰, 이포터, 시아순 등을 중심으로 유럽계 로봇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핵심 부품의 국내 생산 비율을 높이고 수직 통합 전략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기술 자립도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로봇 산업 지원과 미래 전망

중국 로봇 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 ‘메이드인차이나2025’ 정책과 2023년 발표된 휴머노이드 산업 진흥책은 중국 로봇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 아래, 중국은 AI, 디지털 트윈, 스마트 공장 등 첨단 기술을 로봇 산업에 접목하여 제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론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에너지 소비 증가, 사이버 보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며 로보틱스를 활용한 제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앞으로의 제조업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드 로보틱스 시대’의 도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인 것 같다.